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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오감만족 단편경선 심사평 2020-10-11

국제단편경선 심사평


올해 국제단편경선 부문에 오른 29편의 작품들은 폭 넓은 스펙트럼 안에서도 몇 가지 경향성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아무래도 ‘코로나 19’라는 글로벌 위기의 반영이었습니다. 락다운 상황을 직접적으로 다룬 영화부터 비유적으로 해석한 작품이 있었고, 지속가능한 밥상에 대한 논의도 있었으며, 굶주림과 나눔의 문제 혹은 버려지는 음식과 식재료 문제 등 적잖은 영화들이 ‘음식의 위기’를 말하고 있었습니다. 미래학자들이 방역 위기 이후 식량 위기가 올 것이라고 예측하는 현재, 이 영화들은 우리의 위기와 현실을 음식이라는 매개체로 첨예하게 드러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경향성은 전형적인 음식 영화의 범주에서 약간은 벗어난, 대안적이면서도 다양한 음식 영화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생산하는 자와 요리하는 자의 철학을 담아내고, 미각을 잃은 자들의 감각을 되살리며, 왜 곡식 한 톨을 소중하게 다뤄야 하는지 강변하는 영화들 속에서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약이 되고 힐링의 도구가 되며 추억의 대상이 됩니다. 먹방 유튜버가 주인공인 영화에선 이 시대의 관계 및 연애 풍속도를 살펴볼 수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다양성은 올해 심사 과정에서 하나로 뜻을 모으는 데 가장 큰 난점이기도 했지만, 그 중에서도 음식과 삶에 대한 주제가 명확하고, 그것을 구현하는 접근법, 형식, 영화적 완성도가 인상적인 세 작품을 최종 심사평에 올리게 됐습니다.


가장 먼저 심사위원 ‘특별 언급’으로 꼽은 작품은 스페인의 알베르토 우트레라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코코아의 느낌>입니다. ‘미각을 잃은 사람들을 위한 레시피’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영화는 인내심을 가지고 꼼꼼한 과정 속에 담아냅니다. 맛 그 자체보다는 맛을 느낀다는 것이 인생에서 지니는 의미를 깊게 보여줍니다. 음식이 지닌 치유의 기능을 통해, 소울 푸드의 현대적 의미를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한 <헛된 노력>은 터키의 무하메드 보즈베이 감독이 만든 작품입니다. 길에서 주운 동전으로 빵 하나를 사면서 시작한 영화는 리버스 액션을 통해 다시 그 길로 돌아갑니다. 이 과정을 통해 “왜 음식을 버리면 안 되는가”라는 질문에 간명하게 대답합니다. 간단하지만 효율적인 스타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이슈를 제기하는 작품입니다.


대상은 미국의 존 베컴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피자 피플>입니다. 어릴 적부터 피자 마니아였던 주인공이 피자 가게 주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빠른 템포와 감각적 편집 그리고 매력적인 비주얼로 빚어낸 작품입니다. 음식 영화의 전통적인 소재를 안정적이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톤으로 전달합니다. 음식에 대한 열정을 토대로 한 준수한 만듦새와 깔끔한 스타일은, 마치 맛과 영양을 모두 겸비한 균형 잡힌 스페셜 메뉴와도 같았습니다.


수상작으로 선정된 <피자 피플>과 <헛된 노력> 감독님들께 축하를 전하며, 음식과 우리 삶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로 공감을 끌어내고 생각할 거리를 안겨 주신 본선 진출작의 모든 감독님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심사위원 김소봉, 김형석, 이한나




한국단편경선 심사평


음식 영화라고 하면 요리 영화를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음식 영화는 요리 영화에만 한정되지는 않습니다. 음식이 육체를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원이면서 한 공동체가 견지해 온 문화고 관습이듯이, 음식 영화에도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담기곤 합니다. 또한 음식은 인류가 공동체를 이룬 이후부터 줄곧 경제였으니, 음식 영화에는 사람들이 치열하게 먹고 사는 이야기가 담기기도 합니다.


올해 처음으로 신설된 오감만족 한국단편경선 본선에 오른 한국 단편 영화들 중에는 이러한 음식의 다양한 양상을 영상에 담아 잘 짜인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이 적지 않아 매우 반가웠습니다. 심사를 하면서 음식이라는 소재가 각기 다른 장르와 주제로 변주되며 그 스펙트럼을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많은 작품들에서 음식을 매개로 소통하고, 화해하고, 기억하고, 위로를 전하면서도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와 사회를 반영하고자 고심한 흔적들이 보였습니다. 그 중에서 보다 독창적인 접근을 시도한 작품에 주목했고, 음식이 개인 혹은 사회와 만났을 때 특별한 의미를 갖는 작품들을 찾아 내고자 했습니다.


한국단편경선상에 선정된 김소형 감독의 <우리의 낮과 밤>은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꿈꿀 수 있음을 정교한 연출과 섬세한 감성으로 밀도 있게 구현해 낸 작품입니다. 오늘날 한국의 청년들이 겪고 있는 먹고 사는 일의 어려움을 영화적 완성도와 함께 담아내고 있으며, 특히 캐릭터를 다루는 능력과 감정의 포착, 심리 묘사 등이 돋보였습니다. 동거인 사이의 유일한 교감의 장인 식사를 상징적으로 잘 풀어냄으로써 두 주인공이 짧은 시간 함께 나누는 아침 한끼가 따스한 온기를 전하며, 식사를 함께 한다는 것이 인간 관계에 있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심사위원 ‘특별 언급’ 작품인 유준민 감독의 <유통기한>은 상품의 유통기한에 빗대어 노동자의 현실을 다룬 단편 영화로 긴 여운을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먹을거리를 구매하는 가장 친근한 장소인 슈퍼마켓 종사자들의 애틋한 이야기를 담아 음식 영화가 나아갈 수 있는 하나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며, 작품이 던지는 묵직한 주제의식 외에도 배우들의 조화로운 연기를 이끌어낸 감독의 연출력이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합니다.  


흥미로운 작품들로 즐거움과 위안의 시간을 주신 본선 진출작의 모든 감독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며, 수상작으로 선정된 <우리의 낮과 밤>의 김소형 감독님께 축하 인사를 전합니다.  


심사위원 김균희, 모은영, 주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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